거래명세서를 줬는데 세금계산서도 발행해야 하나
해야 합니다. 두 서류는 서로를 대신하지 못합니다. 하는 일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한 장은 기록이고, 한 장은 증빙입니다
물건을 납품하면서 거래명세서를 써줬습니다. 품목과 수량, 금액이 다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거래처가 세금계산서를 달라고 합니다. 같은 내용인데 왜 또 달라는 걸까요.
- 거래명세서 — 무엇을 언제 얼마나 줬는지 당사자끼리 확인하는 종이
- 세금계산서 — 그 거래에 부가세가 얼마 붙었는지 국세청에 신고하는 서류
거래명세서는 법으로 정해진 서류가 아닙니다. 형식도 자유롭고 안 써도 처벌받지 않습니다. 반면 세금계산서는 세법이 정한 서식과 기한이 있는 법정 서류입니다.
그래서 거래명세서를 아무리 꼼꼼히 써줘도 세금계산서를 대신하지 못합니다. 거래처 입장에서는 세금계산서가 없으면 매입세액 공제를 못 받습니다. 10%를 그대로 부담하게 되니 당연히 달라고 하는 겁니다.
거래 한 건에 서류가 이렇게 오갑니다
순서대로 놓고 보면 각자 자리가 분명해집니다.
- 1. 견적서 — "이 조건에 이 가격으로 하겠다"는 제안. 아직 거래가 아닙니다
- 2. 발주서 — "그 조건으로 주문하겠다"는 답. 여기서 거래가 성립합니다
- 3. 거래명세서 — 물건이나 용역을 건네면서 "이만큼 드렸습니다"
- 4. 세금계산서 — 세금 신고를 위한 법정 증빙
- 5. 청구서 · 영수증 — "얼마 주십시오", "받았습니다"
모든 거래에 다섯 장이 다 필요한 건 아닙니다. 소규모 거래는 거래명세서와 세금계산서만으로 끝나기도 하고, 단골 거래처와는 명세서 없이 세금계산서만 주고받기도 합니다.
다만 금액이 크거나 품목이 여럿이거나 분쟁 소지가 있는 거래라면 거래명세서를 남겨두는 편이 낫습니다. 세금계산서에는 품목이 뭉뚱그려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 나중에 "무엇을 몇 개 받았는지"를 따질 때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세금계산서는 언제 끊나
원칙은 재화나 용역을 공급한 때입니다. 물건을 넘긴 날, 일을 마친 날입니다. 돈을 받은 날이 아닙니다. 외상으로 넘겼어도 넘긴 시점에 발행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먼저 끊어도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공급한 때"가 원칙이지만 실무에서는 계약금이나 선수금을 받으며 증빙을 요구받는 일이 흔합니다. 세법도 이걸 막아두지 않았습니다. 선발급 특례라고 부릅니다.
- 물건을 넘기기 전에 대금을 먼저 받았다면 그때 발행해도 됩니다
- 세금계산서를 먼저 끊고 7일 이내에 대금을 받아도 인정됩니다
- 계약서에 대금 청구 시기와 지급 시기를 적어뒀고 그 간격이 30일 이내라면 7일을 넘겨도 인정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즉 "돈 받기 전에 끊으면 무조건 잘못"은 아닙니다. 다만 아무 때나 미리 끊어도 된다는 뜻도 아니니, 위 조건 안에서 쓰셔야 합니다.
월합계 세금계산서
같은 거래처와 한 달에 여러 번 거래한다면 건건이 끊지 않고 한 달 치를 묶어 한 장으로 발행할 수 있습니다. 이때 작성일자는 그 달의 말일로 적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말일만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 달 안에서 기간을 임의로 정할 수도 있습니다. 거래처와 합의해 "매월 1일부터 15일까지"로 끊었다면 그 기간의 종료일인 15일을 작성일자로 적으면 됩니다. 납품이 몰리는 시기에 맞춰 나눠 끊는 실무가 여기서 나옵니다.
이 방식을 쓸 때 거래명세서의 존재가 특히 중요해집니다. 세금계산서 한 장에는 "9월 납품분" 정도로만 적히기 때문에, 날짜별로 무엇을 얼마나 줬는지는 거래명세서에만 남습니다.
기한을 넘기면
세금계산서는 발행 기한이 정해져 있고, 늦거나 빠뜨리면 가산세가 붙습니다. 금액과 요율은 상황에 따라 다르므로 여기서 단정하지 않겠습니다. 늦었다면 미루지 말고 바로 처리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상대가 세금계산서를 안 끊어준다면
돈은 다 줬는데 거래처가 세금계산서를 안 끊어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매출을 감추려 미루거나, 연락이 끊기거나, 사업장이 문을 닫아버린 경우입니다. 이대로 두면 산 쪽이 매입세액 공제를 못 받아 부가세 10%를 그대로 떠안습니다.
이럴 때 쓰는 제도가 매입자발행세금계산서입니다. 산 쪽이 세무서에 거래 사실을 확인받아 직접 세금계산서를 발행할 수 있습니다.
- 대상 — 건당 5만원 이상 거래
- 기한 — 공급시기가 속한 과세기간 종료일로부터 6개월 이내
- 준비물 — 계약서, 거래명세서, 송금 내역 등 거래 사실을 입증할 자료
여기서 거래명세서가 값을 합니다. 언제 무엇을 얼마에 받았는지 적힌 종이가 있고 상대 서명까지 있으면 거래 사실 입증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기한이 지나면 이 방법도 못 씁니다. 세금계산서를 못 받고 있다면 미루지 말고 기한 안에 움직이십시오.
거래명세서에 꼭 들어가야 하는 것
형식이 자유롭다는 말은 뒤집으면 빠뜨려도 아무도 안 알려준다는 뜻입니다.
- 거래일자 — 품목별로 언제 나갔는지. 월합계로 끊을 때 근거가 됩니다
- 공급자와 공급받는자 — 양쪽 상호·사업자번호·주소
- 품목·규격·수량·단가 — 나중에 따질 일이 생기는 지점입니다
- 공급가액과 세액 — 부가세 별도인지 포함인지 분명하게
- 전잔액·입금액·미수잔액 — 외상 거래라면 이게 핵심입니다
- 인수자 확인란 — 받은 쪽 서명이나 도장
마지막 두 가지가 실무에서 값을 합니다. 거래명세서에 미수잔액을 계속 적어두면 그 자체가 외상 장부가 됩니다. 받는 쪽이 서명까지 해두면 "그런 물건 받은 적 없다"는 말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정리
- 거래명세서는 당사자끼리의 기록, 세금계산서는 국세청에 내는 증빙입니다
- 거래명세서는 법정 서류가 아니고, 세금계산서는 법정 서류입니다
- 거래명세서를 줬다고 세금계산서를 안 끊으면 거래처가 매입세액 공제를 못 받습니다
- 세금계산서는 원칙적으로 공급한 때 발행합니다. 다만 선발급 특례가 있습니다
- 월합계 작성일자는 말일이 원칙이되 한 달 안에서 기간을 정할 수도 있습니다
- 월합계로 끊는다면 날짜별 내역은 거래명세서에만 남습니다
- 상대가 안 끊어주면 매입자발행세금계산서로 직접 발행할 수 있습니다 (건당 5만원 이상, 과세기간 종료일로부터 6개월 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