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적서에 도장을 꼭 찍어야 하나
법이 정한 필수 요건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거의 모두가 찍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견적서에는 정해진 서식이 없습니다
세금계산서는 세법이 서식과 기재 사항을 정해두고 있습니다. 빠뜨리면 문제가 됩니다. 반면 견적서는 법으로 서식이 정해진 서류가 아닙니다. 무엇을 적을지, 도장을 찍을지는 당사자가 정합니다.
그래서 도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견적서가 무효가 되지는 않습니다. 메일 본문에 금액만 적어 보내도 그게 견적입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구분해야 할 게 있습니다. "서류가 유효한가"와 "나중에 증명할 수 있는가"는 다른 문제입니다. 도장은 앞의 문제가 아니라 뒤의 문제에 관여합니다.
그럼 왜 찍나 — 세 가지 이유
1. 누가 보낸 것인지 분명해집니다
견적서는 "이 조건에 이 가격으로 하겠다"는 의사 표시입니다. 나중에 "우리가 보낸 게 아니다", "그 직원이 임의로 보낸 것이다"라는 말이 나올 수 있습니다. 상호와 사업자번호가 새겨진 도장은 회사 이름으로 낸 문서라는 표시가 됩니다.
2. 상대 회사 내부에서 요구합니다
규모가 있는 회사일수록 결재 서류에 형식을 따집니다. 담당자가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경리나 구매팀에서 반려되는 일이 흔합니다. "도장 찍어서 다시 보내주세요"라는 연락을 한 번 받아보면 그다음부터는 그냥 찍게 됩니다.
3. 관공서·입찰은 아예 요건으로 둡니다
관공서 납품이나 입찰에 제출하는 견적서는 인감 날인이나 사용인감계를 함께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는 선택이 아니라 제출 요건입니다. 제출처의 안내를 먼저 확인하십시오.
어떤 도장을 찍나
실무에서 쓰는 것은 대체로 이 넷입니다. 뒤로 갈수록 무게가 가볍습니다.
- 법인인감 (인감도장) — 등기소에 등록된 도장. 계약서나 중요한 제출 서류에 씁니다. 분실 위험이 커서 아무 데나 찍지 않습니다
- 사용인감 — 일상 업무용으로 따로 만든 도장. 인감을 대신해 쓴다는 사용인감계를 함께 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견적서·거래명세서에 가장 많이 쓰입니다
- 막도장 — 등록 없이 만든 도장. 상호만 새겨진 것
- 서명 — 대표자나 담당자의 자필 서명
견적서라면 사용인감이나 막도장이면 충분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법인인감을 견적서마다 꺼내 쓰는 회사는 드뭅니다.
개인사업자라면 상호와 대표자명이 들어간 도장을 하나 만들어두면 두루 쓰입니다.
이미지 도장을 써도 되나
요즘은 종이에 찍는 대신 도장 이미지를 문서에 얹어 PDF로 보내는 방식이 흔합니다. 빠르고 편합니다. 다만 성격을 알고 쓰셔야 합니다.
- 편한 점 — 출력·날인·스캔 과정이 사라집니다. 메일이나 메신저로 바로 보낼 수 있습니다
- 주의할 점 — 이미지 파일은 복제가 쉽습니다. 받은 사람이 그 이미지를 떼어 다른 문서에 붙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이렇게 나눠 쓰는 편이 무난합니다.
- 견적서·거래명세서처럼 오가는 빈도가 높은 서류 → 이미지 도장으로 충분
- 계약서처럼 권리·의무가 걸린 서류 → 실제 날인이나 전자서명 서비스를 사용
도장 이미지 파일은 아무 데나 두지 마시고, 필요할 때만 꺼내 쓰는 위치에 보관하십시오.
도장보다 먼저 챙겨야 할 것
도장이 찍혀 있어도 내용이 비어 있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다툼은 도장 때문에 생기지 않고 빠진 항목 때문에 생깁니다.
- 발행일 — 언제 낸 견적인지
- 유효기간 — 이 가격이 언제까지인지. 없으면 몇 달 뒤 옛 가격으로 발주가 들어옵니다
- 부가세 별도인지 포함인지 — 금액의 10%가 걸린 문제입니다
- 납기와 결제조건 — 언제 주고 언제 받는지
- 담당자와 연락처 — 물어볼 곳
이 다섯이 들어 있고 도장이 없는 견적서가, 도장만 찍히고 저것들이 빠진 견적서보다 낫습니다.
정리
- 견적서는 법정 서식이 없는 서류라 도장이 필수 요건은 아닙니다
- 그래도 찍는 이유는 발행 주체 확인, 상대 내부 결재, 제출처 요건 때문입니다
- 견적서에는 사용인감이나 막도장이면 대체로 충분합니다
- 이미지 도장은 편하지만 복제가 쉽다는 점을 알고 쓰십시오
- 도장보다 유효기간·부가세 표기·납기를 먼저 챙기십시오